새해를 맞이해 내가 며칠간 사용한 메신저 대화명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 먹는 게 뭐가 좋다는 걸까 라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반어적으로 저런 표현을 썼을 거라고 생각한 사람들도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이 대화명에 반응을 보인 사람은 징글 군 딱 한 명이라 이 대화명이 어떤 효과를 불러일으켰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남들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가 뭐 그리 중요할까.
그래, 서른에 가까워지면서 '남들이 보는 나'보다는 '내가 보는 나' 혹은 '내가 아는 나'가 훨씬 중요해졌다. 이십대엔 남들 대학 가니까 갔고, 취직하니까 했지만, 서른에 가까워지면서 차근차근 내가 원하는 삶에 다가가기 위해 변화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그 변화를 더 구체화하고 실천해서 결과를 볼 수 있는 서른이 가까워지자 난 설래이기 시작했다. 그래, 아싸 서른이다.
이십대 중후반 쯤, 서른이 되기전에 할 일 두 가지를 마음 속으로 결정했다. '할 일'이라고 부르기엔 좀 뭐하지만, 여하튼 난 서른이 되기전에 그 두 가지를 이루었고, 서른이 되면서 서서히 자리잡기 시작한 내 모습이 보기 좋았다. 지금도 보기 좋다. 대단한 것도 아니고, 어쩌면 흔한 일이지만, 나는 처음 해보는 거기 때문에, 그리고 그 변화는 내 삶에서 굉장히 크기에 나에겐 엄청 중요하다.
둘 중 처음으로 이룬 건 회사 그만두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다시, 우연히 발견한 것은 회사를 그만둘 좋은 이유를 찾던 나에게 소위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좀 놀다가, 몸이 근질해질 때 쯤 좋은 기회가 온 것 역시 우연일까. 남에게 내세울 만한 건 아니지만 작년 말, 일년 동안 한 일을 되돌아보면서 이 정도면 괜찮아, 새해에는 더 많이 이루자 라고 반성하고 결심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해야 할 일이 곧 하고 싶은 일인 것도 감사하다. 매일 일어나 할 일을 체크하고 실천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다른 하나는 작년 9월 말쯤에 이루었다.(?) 엉뚱한 목표일지 모르지만, 서른이 되기전에 임신하는 것을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남편한테도 얘기 하지 않고 혼자 막연하게 생각했지만. 요즘 임신 중에 이런 저런 테스트도 많고 해서 35살이든 40살이든 노산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우리에겐 지금쯤이 적당할 거라 생각했다. 특별한 기준도 없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 전 포스트에서 언급한 몸이 안좋다는 얘기가 입덧으로 고생한다는 얘기였다. ;;; 입덧이 거의 거식증 수준이여서, 물만 마셔도 토할 때도 있었다. 아무거나 잘 먹던, 먹성 좋던 내가 빈속에 사과 한 개 먹어도 소화해내지 못했다. 밥 먹고 몇 시간 지나도 괜찮아서, 이번엔 소화됐나보다 하면, 어느새 올라오기도 했다. 나중엔 토하러 화장실까지 가기가 귀찮을 정도. 초반엔 몸무게가 줄어, 좀 걱정도 됐지만,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다. (서른 되면서 입덧이 가라앉아서 아싸 서른이기도 하다. -_-)
내일이면 19주째이니, 반 쯤 온 셈이다. 배도 제법 나왔다. 아이한테도 생겨야 할 건 다 생겼다. 최근에 초음파를 통해 보니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워 자기 잘 있다고 알려주더라. 아이의 성도 안다. 가만히 있으면 꿈틀거리는 느낌도 난다. 의사는 아직 때가 아니라고 하니 나 혼자 상상하는 건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나의 이십대는 지났고, 삼십대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