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반에서 종일반으로 옮기면 집에 안들어가겠다며 부리는 고집은 없어질 줄 알았다. 그런데 그제 아파트 복도를 다시 한 번 시끄럽게 했고 어제는 로비에 있자, 슈퍼 가자, 아이스크림 사먹으러 가자 등등의 요구가 이어졌다.
벤엔제리에서 아이스크림과 쥬스를 먹고 놀잇감 있는 구석에서 잠깐 놀고 있는데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형아가 첫째의 옆으로 와 앉았다. 예전 같았으면 자리를 바로 뜨고 날 찾았을 텐데 어제는 그 형아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다시 하던 놀이를 계속했다. 표정을 보아하니 불편해하는 거 같지도 않았다. 그동안 크기도 컸겠지만 프리스쿨 다닌 게 녀석을 이만큼 자라게 했나보다.
그리고 오늘 아침, 교실 앞에서 점퍼를 벗겨주고 안으로 들어가라고 했는데 머뭇거리는 거다. 옷 걸어놓고 도시락 가방 올려놓고 다시 녀석 눈치를 보니 같은 반 친구가 왔는데 친구랑 같이 들어가고 싶은지 기다리는 듯해 보였다. '여기 친구랑 같이 들어가고 싶어서?" 물으니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 역시 첫째를 보며 함박 미소를. 그리고 함께 들어갔다. 지난 주 발표 준비물 놔두고 간 걸 챙기고 다시 녀석의 모습을 찾자, 녀석은 먼저 와 있던 다른 친구 옆으로 가 앉더니 고개를 쑥 그 친구 쪽으로 내밀었다. 거의 뽀뽀할 기세; 첫째의 장난에 그 다른 친구도 막 웃었다.
오늘 만난 두 친구 다 내가 알던 첫째의 친구들이 아니였다. 어느새 또 나도 모르는 친구들을 사귀었고, 즐겁게 마음 편히 지내고 있었던 거다. 아직은 서툰 영어에, 따라야 할 규칙에, 종일반을 시작하면서 추가된 교실에서 점심 먹기와 낮잠 자기로 여러가지 낯설 텐데도 잘 하고 있나보다. 20 여년 전;;;; 나보다 훨씬 낫다. 정말로.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렇게 잘 지내고 있는데 이거 매달 저축 포기하고 지금 다니는 곳 계속 보내야 하나 라는 고민을 살짝 했다. 하지만 무료인데다 집에서 훨씬 가까운 곳을 어떻게 모른척 할 수 있겠나. 지금 다니는 곳에서 나름의 사회 생활을 잘 익히고 있으니 새로운 곳에서도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에 매달리는 수 밖에.